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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런던의 공립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기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학생 자녀에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수학과 프랑스어 과목처럼 언어 이해가 중요한 교과는 부모의 지원이 절실할 때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수업을 집에서 어떻게 도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지역 커뮤니티 자원을 활용한 방법까지 소개합니다.

    1. 수학은 잘하는데 영어가 문제였던 우리 아이

    1) 수업 중 이해하지 못한 문제, 숙제로 돌아오다

    우리 딸아이는 한국에서 수학을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분수, 곱셈, 도형 계산에도 익숙했고, 문제 풀이 능력도 탄탄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공립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후, 아이가 풀지 못한 수학 문제가 자꾸 숙제로 돌아왔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계산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문제 지문이 영어로 되어 있어 읽고 이해하는 데에서 막히고 있었던 겁니다. 영어 지문 속에 포함된 문장 구조, 표현 방식,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해 답을 적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2) '수학 예습'을 영어 독해와 함께 시작하다

    이후부터는 매주 월요일마다 학교 진도표에 맞춰 예습을 시작했습니다. 계산법 자체는 쉽게 넘어가고, 오히려 각 문제에 사용된 표현, 단어, 의문문 형태를 중심으로 짧게 해석 연습을 병행했습니다. "If 4 friends share 12 cookies equally, how many cookies does each friend get?" 같은 문제는 먼저 한국어로 바꿔 읽고, 다시 영어로 반복 읽기 훈련을 했습니다. 아이가 지문의 구조에 익숙해지자, 문제 풀이에 대한 자신감이 되살아났고, 점차 혼자서도 영어 지문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3) 학교 선생님과의 소통도 중요한 부분

    이런 어려움을 담임선생님께 이메일로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그 시기에 흔히 겪는 일"이라며 안심시켜 주셨고, 수업시간에 아이가 도움을 요청해도 부담 갖지 않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해주셨습니다. 이후 아이도 선생님에게 조금씩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수업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2. 프렌치 수업은 어떻게 도와줬을까?

    캐나다 초등학교 숙제 도와주는 방법, 도서관, 학생, tutor

    1) 갑자기 등장한 프렌치 수업, 엄마도 모른다

    온타리오의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부터 프렌치(불어) 수업이 시작됩니다. 문제는 저희 가족 누구도 프랑스어를 배우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는 처음부터 무기력해졌고, 수업 중 단어와 문장을 외우지 못해 좌절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학부모 입장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답답함이 컸습니다.

    2)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찾은 해답

    우연히 런던 퍼블릭 라이브러리(London Public Library) 웹사이트를 둘러보다가, 'French Homework Help'라는 무료 프로그램을 발견했습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세컨더리 스쿨(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겸해 프렌치 과제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고, 지역별로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매주 토요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프랑스어 발음을 듣고 따라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3) 그냥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자존감을 세우는 과정

    그곳에서 만난 중학생 멘토는 아이가 틀린 문장을 말해도 부드럽게 수정해 주고, 반복해서 예시를 들어주었습니다. 딸아이는 그곳에서 '틀려도 괜찮다'는 분위기 속에서 불어에 대한 두려움을 줄였고, 수업 시간에 자신 있게 손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부모가 도와주지 못하는 영역이라도, 지역 자원을 적극 활용하면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3. 아이의 언어 환경을 집에서도 확장하는 방법

    1) 아이 눈높이에 맞춘 영어 노출 환경

    정규 수업 외에도 일상 속 영어 노출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저녁 식사 후 20분 동안 영어 동화책을 같이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엔 문장이 너무 길어 어려워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소재(동물, 음식 등)를 고르니 점점 흥미가 붙었습니다. YouTube Kids의 영어 그림책 낭독 채널도 유용했으며,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 속 표현을 노트에 적고 따라 쓰는 놀이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2) "엄마도 영어 못 해"라고 솔직히 말했더니

    가장 효과적인 순간은, 엄마인 제가 영어를 완벽히 못 한다는 것을 솔직히 말한 이후였습니다. 아이는 '엄마도 배우는 중'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고, 함께 배우는 과정을 재미있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틀린 문장을 지적하며 웃고, "이거 학교에서 배운 거야!" 하며 설명하는 아이의 모습은 자존감 그 자체였습니다.

    3) 중간고사나 시험이 없는 대신 부모의 관찰이 중요

    캐나다 초등학교는 한국처럼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정기시험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매 과 단원이 끝날 때마다 소규모의 팝퀴즈(Pop quiz)나 간단한 테스트가 진행되며, 아이가 수업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팝퀴즈는 성적보다 '이해도 확인'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평소 수업 참여와 숙제, 프로젝트 수행이 훨씬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부모로서는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희는 매주 금요일마다 그 주에 배운 내용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아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주말 동안 예습 또는 복습을 통해 보완했습니다

     

    자녀가 새로운 환경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건 부모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영어 지문이 막히는 수학 문제, 생소한 프랑스어 수업도, 함께 읽고 말하고 질문하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극복해 나갔습니다. 완벽한 도움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아이는 '함께하려는 마음'을 통해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인 우리도 또 하나의 언어, 또 하나의 교육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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