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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쇼컬리지 유학생 가족으로 런던에 정착하며 처음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업을 들었을 때, 두려움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배우며 점차 자신감을 얻은 한 한국인 엄마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언어의 벽을 넘는 과정과 실질적인 적응 팁을 전합니다.

    1. 수업 첫날, 머릿속이 하얘진 그 순간

    1) "What's your name?"에도 얼어붙었던 나

    캐나다 런던에 도착하고 몇 주 후, 팬쇼컬리지의 ESL 프로그램에 등록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조차 버벅거리던 저는 첫 수업 날 교실에 앉아 “너무 일찍 시작한 거 아닐까?” 하는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주변 학생들은 콜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대부분 저보다 영어가 능숙해 보였습니다. 수업은 처음부터 영어로만 진행되었고, "Please introduce yourself to your group"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당연하던 한국어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한국인 엄마의 ESL 적응기: 수업 첫날, ESL 수업, 전하고 싶은 말
    한국인 엄마의 ESL 적응기

    2) 실수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걸 배우기까지

    처음에는 발음이 틀릴까봐 말하는 게 두려웠고, 단어 하나 말할 때마다 주눅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늘 미소를 잃지 않았고, "You're here to learn, not to be perfect"라는 말로 저를 안심시켜 주셨습니다. 실수가 당연하다는 분위기, 서로를 채워주는 동급생들의 태도 속에서, 저는 한 단어라도 말해보자는 마음으로 입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언어가 안 통해도 웃음은 통한다는 걸 매일 체감하며 수업에 익숙해졌습니다.

    3) '이해 못 해도 돼요'라는 여유 배우기

    중요한 건 모든 걸 이해하려 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모르는 단어나 문장이 나올 때, 과거의 저는 당황하고 멘붕에 빠졌지만, 이젠 자연스럽게 "Could you repeat that?" "Can you speak slowly?"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 이건 정말 큰 변화였습니다.

    2. ESL에서 배운 건 영어만이 아니었어요

    1) 문화와 사람을 배우는 교실

    ESL반은 단순히 문법이나 단어를 배우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문화, 가치관, 의사소통 방식까지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수업 중 "How do you celebrate New Year's in your country?" 같은 주제로 대화하며,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이 많은 학생도, 20대 청년도 동등하게 의견을 나누고, 실수를 비웃기보다는 함께 도와주는 분위기였기에 ESL은 제게 두 번째 '가족' 같았습니다.

    2) 실생활 영어는 교실 밖에서 완성된다

    팬쇼컬리지에는 Conversation Circle, Speaking Cafe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됩니다. 저는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회화 모임에 참석했는데, 처음엔 두세 마디 하던 말이 점차 길어졌고, 캐나다 현지 자원봉사자와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표현을 익히는 데 이런 모임은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마트에서 계산할 때, 버스에서 길을 물을 때, 학교 선생님과 대화할 때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3) 문법보다 중요한 건, 자신감과 태도

    영어는 언어이기 전에 태도였습니다. 완벽한 문장을 말하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침묵하게 되고, 그게 반복되면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그보다는 짧아도, 틀려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계속 말해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I want go"처럼 문법이 틀려도 상대는 대부분 알아듣고, 오히려 더 친근하게 반응했습니다.

    3. 지금 시작하려는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1) 아이 때문에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시작하세요

    많은 엄마들이 아이 학교생활 때문에 영어를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 자신을 위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을 직접 말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찾아가고, 나중엔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니까요. 엄마라는 역할을 넘어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ESL이었습니다.

    2) 작은 실천이 쌓이면 큰 변화로

    하루에 한 단어라도 외우기, 라디오나 뉴스 듣기, 간단한 일기 쓰기 같은 작은 습관이 모여 큰 자신감을 만들어줍니다. 저 역시 아침마다 5분씩 들은 팟캐스트 내용 한 문장을 일기에 써보는 것으로 시작했고, 그 문장이 나중에 병원, 약국, 학교에서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지금은 이메일을 직접 쓰고, 아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는 것까지 가능해졌습니다.

    3) "영어 못해도 괜찮아"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영어를 못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배우는 과정에 있는 자신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SL반은 실력보다는 '용기'가 더 빛나는 공간입니다. 나이도, 출신도, 실력도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서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You're improving!"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비로소 내가 한 발짝 내디뎠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언어는 도구, 삶은 그 이상입니다

    팬쇼컬리지에서의 ESL 생활은 단순한 언어학습이 아니라, 제 삶 전체를 다시 조각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의 작고 더듬거리는 한 문장들이, 아이의 학교와 병원, 마트와 버스 안에서 하나씩 살아나면서, 저는 더 이상 '영어가 부족한 엄마'가 아니라 '영어로도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완벽하지 않지만, 매일 용기를 내고, 계속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제 삶은 조금씩 확장되고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여러분께, "정말 괜찮아요"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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