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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런던에서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유학생 가족에게 프렌치 이머전(French Immersion) 학교 선택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영어 적응도 바쁜 아이에게 또 다른 언어를 추가로 학습시켜야 할까, 부담은 없을까 고민하며 직접 수소문하고 경험한 고민의 과정을 공유합니다.
1. 프렌치 이머전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요?
캐나다의 공립교육에는 프렌치 이머전(French Immersion)이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는 불어권 주가 아닌 영어 중심 주에서도 불어를 제2언어가 아닌 제1언어처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운영되는 커리큘럼입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 또는 2학년부터 시작되며, 초기에는 대부분의 과목(수학, 과학, 사회 등)을 불어로 배우다가 점차 영어 비중이 늘어납니다. 런던에서는 TVDSB(Thames Valley District School Board) 소속의 일부 초등학교에서 이머전 반을 운영합니다. 부모가 사전에 해당 학군 등록이나 전학 절차를 밟아야 하며, 자녀가 해당 반에 배정될 경우 최소 6년 이상 꾸준한 이머전 이수가 필요합니다. 졸업 후에는 고등학교에서도 불어 이머전 과정을 연계해 이수할 수 있으며, 향후 대학 입학이나 취업 시에도 이중언어 구사 능력은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2. 고민 포인트
1) 영어도 어려운데 또 다른 언어?
처음 캐나다에 와서 자녀가 영어 적응을 하기도 바쁜데, 또 다른 언어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망설임이 컸습니다. 아이는 한국에서 영어 노출이 많지 않았고, 입국 후에도 ESL 수업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렌치 이머전은 수업 초반 100% 불어로 진행되며, 선생님도 영어 설명 없이 불어로만 지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이중으로 언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특히 부모가 프랑스어를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서 과제나 질문이 생겼을 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도 큰 고민이었습니다. 주변 한인 부모들 역시 같은 이유로 이머전 신청을 미루거나, 몇 년 뒤 자녀의 영어 실력이 안정된 후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 프렌치 이머전이 주는 장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렌치 이머전을 선택한 가족들은 분명한 장점을 이야기합니다. 첫째, 캐나다는 공용어가 영어와 불어인 만큼, 이중언어 구사가 사회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정부기관이나 대기업 취업 시 불어 능력은 우선 고려 요소이며, 입학 전형에서도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의 언어 습득 능력은 생각보다 빠르며, 영어와 불어를 동시에 익히면 언어 전환 유연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셋째, 영어 중심 수업과 달리 이머전 수업에서는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함께 배우기 때문에 자존감 저하 없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특히 한국계 유학생 가정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가정에서는, 이머전 반의 분위기가 더 포용적이라는 이야기들도 들었습니다.
3. 프렌치 이머전, 고려할 때 체크리스트
프렌치 이머전 신청 전 확인해야 할 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자녀가 영어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는가. 둘째, 부모가 도울 수 있는 학습 환경이 준비되어 있는가. 셋째, 이머전 운영 학교까지의 통학 거리와 교통수단. 넷째, 장기적으로 자녀가 이중언어를 유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의지와 동기. 다섯째, 주변에 같은 과정을 밟고 있는 부모들과의 소통 여부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의 성향과 가정의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4. 우리 가족의 결정과 그 이유
결국 우리는 프렌치 이머전 신청을 1년 미루고, 영어 적응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영어와 학교 시스템에 익숙해질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입학 초기 아이는 점심시간에도 조용히 도시락만 먹고, 선생님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답하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언어를 강제로 학습시키는 것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대신 주말마다 불어 동화책을 읽고, 도서관 불어 프로그램을 통해 간단한 단어에 익숙해지게 하며 부드럽게 준비했습니다. 만약 아이가 스스로 이머전 반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때 다시 신청을 고려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의 속도와 정서적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이 글이 런던에 거주 중인 유학생 가족 또는 새롭게 정착을 앞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캐나다 교육은 유연성과 다양성을 중시합니다. 프렌치 이머전이라는 선택지는 단순히 불어 학습을 넘어, 아이의 언어 감각과 자존감, 미래의 가능성을 넓혀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며 천천히 걸어가는 길이 결국 가장 멀리 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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